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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싼 값에 하루 종일 영화를 틀어주던 비디오떼끄와 같은 곳에서 홍콩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시절 내가 본 홍콩영화는 홍콩사람들이 본 영화보다 많을 겁니다. 너는 그렇게 홍콩영화를 좋아하면서 왜 막상 너의 영화는 지루하게 찍느냐고 한 친구는 제게 물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은 모든 게 빨리 변화합니다. 시간의 흐름은 늘 같은데 요즘의 빠른 흐름 때문에 원래의 시간이 가지고 있던 느낌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저의 영화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그와 같은 이유입니다. 원래의 시간이 가진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 원래의 시간이 가지고 있는 움직임은 그런 것입니다.
라봐야 몇 편 없지만 그래도 내가 워낙 TV를 안 보는 사람이라서 스스로 마냥 신기하다. 여름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찔끔찔끔 DMB를 보기 시작한 것이 드라마 홀릭의 시발이 된 것 같다.
월, 화는 <선덕여왕> 사실 <선덕여왕>은 첫 회부터 봤는데 중간에 많이 빼먹어서 비닭이가 어떻게 미실이 지 엄마임을 알아챘는지도 모른다. 그냥 본능적인 감이었던 건지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건지... 하여튼 요새는 안 빼먹고 거의 닥본사했는데 지난 주에 고미실님 돌아가시고(DMB 끄고나서 불꺼진 방에 엎드려 조용히 울었다ㅜㅜ) 닥본사 의지를 상실했다고나 할까. 춘추를 보면 여전히 예뻐서 미치겠고 쓸데없이 잘생긴 호재도 신경쓰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비닭이가 점점 검게 변해가는 건 그리고 최후를 맞는 건 도저히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음. 비담의 지저분한 앞머리도 좋았지만 머리 올리고 수염 다니까 참 매끄러운 것이 +_+ 아아, <선덕여왕> 제작진은 뭔가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매 회마다 수십 번씩 든다. 후반부로 갈수록 덕질을 조장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비담-춘추-염종 라인, 그러니까 춘추는 비담을 무서워하고 염종도 비담을 무서워하는데 그렇지만 또 셋이서 서로를 은근히 챙길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듯. 김남길씨 신종플루 걱정돼요ㅠㅠ 수, 목은 <히어로> <아이리스>는 첫 회에 보고 늙은 것들이 투닥대는 꼴이 영 보기 사나워서 일찌감치 접었다. 이게 웬 90년대 청춘드라마스러움이냐고. 송승헌, 권상우 또래라면 귀여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병헌, 정준호가 풋풋한 20대 청년들마냥 그러는 건 진짜 좀. 아무튼 그래서 무시하고 <미남이시네요>는 관심이 갔지만 어쩌다보니 계속 놓치게 돼서 결국 보지 못한 채 다음주면 종영. 그러다 수요일부터 보기 시작한 <히어로>. 김민정씨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윤소이씨가 꽤 잘 어울리고 이준기씨도 잘하고 있는 듯. 그래도 백윤식씨가 제일 좋아ㅠㅠ 엄기준씨는 그 눈매가 야비한 역할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꽤 좋아했는데 그만큼 해줬으면 좋겠다. 주말은 <보석비빔밥> 임성한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말 다했다. 여전히 골때리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뭐 나름 건전하고 건강하다. 작가가 결혼하고 나서 긍정적이고 넉넉해진 것인지. 결국에 비취는 영국이랑 잘 먹고 잘 살고, 루비는 카일이랑 잘 먹고 잘 살고, 산호는 강지랑 잘 먹고 잘 살고, 호박이도 끝순이랑 잘 먹고 잘 살 거란 점이 상당히 불편하긴 하지만 그전까진 쭉 재미있게 볼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에서 어떤 인생의 경험같은 걸 배우기 좋아하는데 임성한은 그걸 또 잘하는 것 같다. 그게 꽤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선덕여왕> 후속 <파스타> 공효진, 이선균의 <파스타>. 이건 무조건 봐야해ㅠㅠ 마지막으로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 어제부터 문화센터에서 네일아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앞으로 먹고 살아갈, 지금과는 다른 방향을 결심한 것은 용기이지만 진짜로 하고 싶은 일에 발을 들이지 못한 것은 용기없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반은 용기있고 반은 용기없는 셈인데 용기가 없는 데 대한 아쉬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언제까지 꿈을 쫓기만 할 건지. 강마에께서는 일찍이 꿈을 꿔보기라도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있다. 상권의 한 챕터를 남겨두고 맨 앞장에 남겨진 서명을 한참동안 뚫어지게 보았다. 앞장엔 '051201'이라는 숫자와 오빠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숫자가 의미하는 날짜가 책을 구입한 때인지 완독한 때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빠의 손을 거친 책들엔 모두 이런 식으로 서명이 남겨져 있다. 죽은 자의 서명이라니 묘하기도 하다. 책 앞장에 날짜와 제 이름을 적을 때 얼마 안 가 자신의 생명이 다할 것이란 예감을 아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가진 책 절반이 같은 서명인데 오늘따라 유독 마음에 박힌다.
생각하면 할 수록 불쌍하다. 엄마는 오빠가 아픈 것도 중요했지만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도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을 테니 장기간의 치료를 위해서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낮에는 간병인을 두고 일을 다니셨다. 간병인은 병원과 연계된 사회단체에서 오신 분이라 사례금은 없었지만 종일 오빠 옆에 붙어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는 늘 마음이 급했다. 일이 끝나면 병원으로 달려갔다가 밤 늦게 집에 오시고 다시 아침 일찍 일을 갔다가 일이 끝나면 병원으로 달려가고...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편치 않은 일상이었다. 매우 깔끔한 성격의 오빠는 오빠대로 전혀 모르는 아주머니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불편했고 아주머니도, 엄마도 없는 밤엔 무언가 필요한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불편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밤중에 화장실이 급해서 가는데 그때는 몸이 점점 나빠지는 시기라서 뇌와 신체간의 신호가 그다지 정상적이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복도에 변을 다 흘린 것이다. 걷는 것도 불편한데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혼자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변을 치웠다. 그리고 20대 남자의 체면으로는 그걸 누가 발견하는게 몹시 겁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불안하고 조급하고 비참했을까. 오빠를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 일을 떠올리면 가장 마음이 아프다. 2006년 이맘때 급격히 악화되었으니 지금 딱 내 나이다. 내가 지금 몸이 너무 아프고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마음이 어떨까. 겪지 않은 일이므로 짐작하긴 무척 어렵지만 아마 꽤 두려울 것이다. 서른 살. 좋은 나이 아닌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두 달 후면 나는 오빠가 살지 못한 나이를 살게 된다. 오빠보다 삼 년을 늦게 태어났지만 오빠의 정지된 나이를 앞지르고 그 두 배는 넘는 세월을 살아가게 된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고 이대로 나이든다면 말이다. 오빠는 언제나 서른인데 나는 올해가 지나면 그 나이를 넘어 오빠가 해보지 못한 많은 경험을 할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시집장가를 보내고 그렇게 나이를 먹다가 부모님을 보내드릴 것이다. 인생의 동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고비마다 실감하게 될 것이다. 많이 보고 싶고 미안하고 생각이 난다. 사실 그다지 사이좋은 남매는 아니었는데 그때문에 여전히 원망도 하지만 옆에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나이 서른에 아홉 번의 연애를 했는데도 아직 사람과 사랑에 대해 모르겠는 건 뭘까. 추석 즈음에 왠지 그런 건 내가 제일 잘 알 것 같다며 용한 점집을 물어왔던 C는 문자질이 답답했던지 전화를 걸어와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쉬어댔다. C는 내게 이제껏 놓쳐서 후회한 사람이 없었는지 물었는데, 후회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좀 생각해봐야겠지만 사람을 놓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후회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 번씩 돌이켜 봤을 때 내가 사람과의 인연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 그래서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싫증을 내다보니 이렇게 많은 연애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의 경박함이 조금 많이 안타깝다.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다가 졸업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편입을 했는지 어쨌는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며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악세서리를 매달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지내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화가 났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준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나는 늘 내가 패배자라고 생각했고, 내 인생에 자신이 없고 부끄러웠으며, 대상이 또렷하지 않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었다. 그러다 최근에 그리고 뒤늦게 <삼미...>를 읽고, 나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무려 내 몫의 자유를 누려왔던 것이라는 커다란 위로를 얻고 참으로 행복했었다. 그런데 왜 또다시 그런 한심한 질투와 자책에 휩싸이냔 말이다. 부러우면 지는게 아니라 부러움 자체가 안되는 거다. 그럴싸한 회사에 내 시간을 담보잡힌 댓가로 번지르르하게 치장하면 뭐하나. 종일 학교에서 공부한 것도 모자라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박혀 있으면 뭐하나. 그래봐야 되는 건 월급쟁인데. 나는 그냥 영화나 실컷 보면서 살란다. 통장의 잔고는 적어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시간은 많으니까. 게다가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라니까.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좀 그랬다. 영화 한 편을 만들 때 투입되는 많은 사람들의 노동을 생각하면 영화에 대한 소감을 문장 몇 줄로 끝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내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어디다 얘기할 데가 없어서 그렇다. 관객들 반응도 좋았고 영화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았지만 여성 대통령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 중 영화로 다룰 만한 소재가 고작 그것뿐이었을까. 에피소드도 그렇고. 게다가 한경자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에 가두어 두면서 차지욱 대통령은 왜그렇게 멋있는 건데. 정장 입고 머리 올린 고두심씨보다는 <가족의 탄생>에서 청카바 입은 고두심씨가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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